카메라 디카 SLR DSLR 캐논 니콘

2006/09/03 03:15 by guigui 분류없음 ----DCM_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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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카메라를 장만하려는 초보자들을 위하는 글.  

알백이(소니 α-100)의 출시에 이어, 니콘의 D80의 출시가 임박했다.
둘 다 엄청난 스펙을 가진 기계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내세워, 많은 DSLR유저들이나, 예비 유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내가 스무디(Canon EOS 20D)를 산 것이 작년 7월 7일이니,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셈이다.
고심 끝에 카메라를 정하고, 수개월에 걸쳐 돈을 모아 구매를 하고, 사용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던 설렘과 좌절, 기쁨과 불만, 자꾸 찾아오는 기변욕구 등등은 처음 사진 생활을 시작하는 나에게 몹시 생소하고 어리둥절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DSLR을 사고 난 뒤 채 1년이 되지 않아, 스무디는 대신 장롱에서 오랜 동안 잠자던 고장 난 카메라를 고쳐서 들고 다니게 되었다. 조리개 우선모드(Av)도 지원하지 않고 셔터스티드 우선모드(Tv)만 지원하는 30년 전의 투박한 바디에, 일일이 손으로 링을 돌려 초점을 맞추어줘야 하는 렌즈만을 지원하는 수동초점(MF)카메라다.

그 수동카메라로 첫 롤을 현상한 결과물을 보고, 아차 싶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디카보다 사진이 잘 나와서?
아니다.
필름에서 오는 그 느낌이 디카에서 오는 느낌이 달랐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필름 사진은 한 컷 한 컷 정성과 애정이 담겼기 때문에 좋다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이것은 DSLR을 사용할 때 나의 사진을 대하는 잘못된 자세일 뿐이지, 디지털과 필름의 차이가 아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난 첫 번째 결과물을 보고 놀랐을까?

스무디는 내 손에 들리기까지 나에게 요구되었던 부담만큼의 큰 기대를 떠 안았다.
투자된 돈 더하기, 기다림만큼의 기대가 그 기계 안에 담겼다.
셔터를 누를 때 마다 난 기계에 많은 것을 바랬다. 투자한 값어치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사진이 늘지 않으면 이 책 저 책 뒤적거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허사. 내 사진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
내 눈에서부터 시작되어 기껏해야 300mm 렌즈 표면 까지가 내가 알던 세상의 전부였던 것이다. 사진을 찍는다며 아무리 뷰 파인더를 들여다 봐도, 결국 난 카메라 내부에서 나가 본 적이 없는 셈이다.

반면, 장롱 카메라는 애초에 기계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만큼 카메라가 부릴 수 있는 재주의 한계도 있었으니……) 그리하여 느끼게 된 렌즈 너머의 세상.
카메라란 렌즈 너머의 세상, 그 찰나의 순간을 필름에 감광시켜주는 간단한 도구일 뿐.
이것을 아는데 1년이 걸렸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괜히 피식 웃음이 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잘 찍는 사진도 아니고, 1년 동안 찍어댄 사진도 거기서 거기, 마구 찍고 올려놓은 사진들 뿐이고, 앞으로 사진이 180도 나아지라는 보장 또한 없는데…… 이거 상당 위험한 포스팅이구먼…)


하여간 그랬다.
그래서 요즘 다시 사진 찍는 재미가 생겨났다.
꼭 카메라 셔터를 눌러 사진을 담지 않아도, 생각날 때 마다 꺼내어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주위을 둘러 본다.

며칠 전날 밤에는 오랜만에 스무디를 꺼내어 만지작거렸다.
아끼는 렌즈인 탐론 28-75를 물려서 들여다 본 뷰 파인더 안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
이제 가을이 오면, 다시 사랑을 해줘야지.

지금까지가 새로이 DSLR을 장만하려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자신의 사진 생활의 거의 전부를 특정 기계와 렌즈로 채우려 하지 말고, 사진이 갖는 본래의 의미와 자신이 찍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라.
자신이 원하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그리고 또 그려보기를 반복하라. 나중에 출사가면 여러분들이 그렸던 그림이 바로 앞에 펼쳐질 것이다. 약속한다. 그 때 그 장면을 메모리카드나 필름에 원하는 모습 그대로 옮길 수 있는지는 기계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눈과 손에 달려있다.

그 밖에도……
⊙ 왜 SLR이어야 하며, 왜 DSLR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라.
⊙ 중고 DSLR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 자신이 처음부터 모든 화각을 골고루 찍어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 자신에게 망원이나 광각이 반드시 필요한 갈증으로 목이 탈 때까지 생각해보라.
⊙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찍는 고수들에게 추천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사실 이 분들은 내 주위에 많다. 덧글 따라 다니면 된다. 처음 뵙는 분이라도 예의만 갖춘다면 열일 제쳐놓고 도와주실 거라 장담한다. ^^;;)



덧)
1. 아.. 쓰고 보니, 참 주제 넘네요... 지워버릴까 보다.
2. 그래도 스무디의 구라 AF는 한심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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